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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aea/스토리/Act 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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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6 #===== >[[파일:Arcaea/Story/7-6.jpg]] >---- >그 풍경은 평범하다 못해 칙칙하기까지 한 하얀 벽과 천장이 감싼 병실이었다. 창문 밖으로 주황색 나비가 나풀거리는, 조용한 병실. 그리고, 앨리스가 이 장소를 알아봄과 동시에, 잊어버렸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기억들이 그녀의 머릿속으로 밀려들어왔다. > >밖에 공원이 하나 있었다. >간호사들은 상냥하고 친절했다. >날씨는 언제나 맑고 완벽했다. >자신은 거의 평생을 이 곳에서 살았다. > >갑작스러운 기억의 범람에 앨리스가 혼란스러워하는 와중, 뒤 쪽에서 나는 발소리에 그녀는 시선을 돌렸다. >지퍼가 열린 후드티를 입고 수국을 든 사람이 문 앞에 서 있었다. 후드티 밑에는 티셔츠를 입고, 하의는 슬랙스, 신발은 단순한 디자인의 편한 운동화… 그리고, 얼굴. 앨리스는 저 얼굴을 알고 있었다. 테니얼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 하지만 그의 이름은… >---- >“...세드릭.” > >창문 옆의 침대에서, 나약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 >청년은 앨리스의 옆을 지나가며 예의 바르게 묵례를 한 뒤, 그 환자 옆으로 걸어갔다. 반짝이는 금발, 가느다란 체격. 얼굴을 보지 않고서도 앨리스는 알 수 있었다. 환자는 앨리스 자신이다. 이건 본인의 기억이었다. >저 환자의 이름은 앨리스다. > >세드릭은 꽃을 화분에 꽂았다. 그 화분은 다양한 꽃들로 화려한 부케를 이루고 있었다. 그는 의자를 끌고 와서 앉았다. >그는 찻잔을 들고 있지도, 차를 달라고 요청하지도 않았다. > >“세드릭…” > >소녀가 다시 그 이름을 부르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 >“오늘은 화실에 있는 줄 알았어.” > >“나 일하는 시간 자유로운 거 알잖아, 앨리스.” > >테니…세드릭이 말했다. 목소리조차 비슷했다. >---- >“좀 어때? 몸은 괜찮니?” > >두 사람이 앨리스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 >앨리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말을 뱉었다. 생각을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자신이 모르던 진실이 담긴 세계. >그리고 자신은 이 기억의 관찰자로서, 당시 자리에 있던 누군가의 말을 반복하고 있는 듯했다. > >“글은 쓰고 있니?” 세드릭이 물었다. > >“오빠는 그림 그리고 있어?” 병든 소녀가 살짝 놀리듯 웃으며 되물었다. > >“당연하지.” 청년이 천장을 바라보고 눈을 굴렸다. > >“그러면서 여길 왔어?” 소녀가 웃었다. “난 오빠 엄청 바쁜 줄 알았는데!” >---- >“세 페이지 그렸어.” 청년이 자랑스레 웃으며 답했다. > >“잘됐네!” > >“넌 한 페이지도 못 썼어? > >“썼어! 엄청 썼지!” > >“그럼 한 번 읽어보자. 여기 다른 책도 가져왔으니까…” > >“그래!” > >소녀는 침대 옆의 선반으로 손을 뻗었다. 공책과 문방구, 그리고 타블렛을 두는 곳이었다. >청년은 가방에서 책을 하나 꺼냈다. 그래… 우린 세계 사이를 여행하던 게 아니야. >전부 지어낸 이야기였어… 지어낸… 몽상들. > >그들은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떠들었다. >---- >[[시한부|4일이다.]] > >4일 후에, 이 모든 것이 끝난다. 두 사람 모두, 비록 영원한 시간은 아닐지라도 앞으로 1년 정도는 더 남았겠거니,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에 소녀는 청년을 보지 못했다. 아주 이른 아침에 소녀는 엄습하는 고통에 시달리다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었다. 간호사들이 어서 가족에게 전화하라며 소리를 지르는 것까지는 기억이 난다. 그게 다다. > >테니얼은 그걸 알고 있었다. > >이 기억은 길었다. 앨리스의 마지막 며칠을 모두 담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보고 싶지 않았다. > >강인한 마음을 지닌 앨리스라도, 마지막을 마주한다는 것은 너무나 두려웠다. 기억을 바꿀 수는 없었다. 자신의 건강은 악화일로였고, 자신과 오빠에겐 서로밖에 없었으며, 오빠는 마지막 순간에 함께 있어 줄 수 없었다. 이야기와 몽상은… 아무리 강하게 염원해도 현실이 될 수 없다. > >그렇게, 두 사람이 아직 웃고 있을 때, 앨리스는 기억에서 빠져나왔다. 저 순간이 둘이서 함께 보낸 마지막 시간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알고 싶지 않았다. >---- >난 죽을 것이다. 난 이미 죽었다. > >공방의 기억 한가운데에 우두커니 서서, 앨리스는 그걸 떠올렸다. > >“테니…” > >앨리스가 그의 이름을 부르며 고개를 들었다. > >하지만 그의 모습은 없었다. > >그렇게, 공방의 기억도 사라져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테니얼이 말했듯, 그는 모조품이다. >진실이 밝혀지면 사라지는 모조품. >---- >아르케아가 없는 공허에서, 앨리스는 서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을 바라보았다. > >세상만물이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 >이 “차원”은 허구다. 이 “몸”은 껍데기다. 이 “기억”은 왜곡되었다. 그녀의 “인생”은 네 것이 아니다. >그녀의 삶은 굴곡 없이, 절정 없이, 곁에 있어줄 오빠 없이, 끝났다. > >넌 혼자야, 앨리스. > >넌 외롭게 죽었어. >---- >앨리스는 무릎을 꿇었다. 장갑을 낀 손이 흙을 파고들었다. > >너무나 추웠다. 울고 싶었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 >감각이 있었다… > >감정이 있었다. > >‘이곳은 현실입니다. 당신의 모든 감각이 이곳이 현실임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 >테니얼의 말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울렸다. >---- >자신의 손을 보았다. 손이 보였다. > >장갑을 벗었다. 감촉이 느껴졌다. > >귀 뒤에 꽂아둔 꽃을 빼자 줄기가 피부에 쓸리며 내는 소리가 들렸다. 그 꽃의 향기를 맡았다. >입을 벌려 꽃잎의 향기를 만끽했다. > >현실이란 무엇인가? 보이는 것이 현실인가? 맛볼 수 있는 것이 현실인가? 만질 수 있는 것이 현실인가? > >그렇다면… > >“앨리스”는 죽었다, 그리고 앨리스는 살아있다. > >테니얼이 기억일 뿐이라면, 그도 앨리스처럼 살아있어야만 한다. > >현실에서, 그녀는 세계를 방랑하는 자였다. > >실제로 이 세계에 오지 않았나. “진실”이 어떻건 간에. > >그렇다면… 분명 여기서 나가는 길도 있을 것이다. >---- >그 길을 찾아낼 것이다. > >자신과 다른 “자신”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사람에게 돌아가는 길을. > >설령 여정 도중에 그를 찾아낼 수 없다 하더라도, 그녀의 마음속에 언제나 그가 살아있음을 명심할 것이다. >어쩌면 차를 끓이고 버리는 기행을 따라 해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자 앨리스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번졌다. > >앨리스는 그 자리에서 결정했다. 두 발을 단단히 땅을 디디고 “진실”의 조각을 손에 쥔 채, 언제나 앞을 보고, >새로운 시작을 부르는 지평선을 향해 나아갈지라도… >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해준 게 무엇인지, 절대 잊지 않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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